최근 조선비즈가 SK그룹의 AI 데이터센터(AIDC)¹ 사업을 총괄하는 정석근 SK하이퍼 대표를 인터뷰했습니다. 그런데 이 인터뷰를 자세히 보면, 지금 저희가 계속 추적 중인 네이버의 AI 팩토리 사업과 겹치는 지점이 상당히 많습니다.
두 회사 모두 "GW급² AI 인프라를 짓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있고, 같은 병목자원(전력·GPU·부지)을 두고 경쟁하는 구도인데, 정작 겨냥하는 고객과 자금조달 방식은 다릅니다. 오늘은 이 두 사업을 나란히 놓고, 어디가 같고 어디가 다른지 정리해보겠습니다.
1. 정석근 대표라는 접점
정석근 대표는 원래 네이버 클로바 CIC(사내독립기업)³ 대표로 하이퍼클로바 개발을 이끌었던 인물입니다. 2023년 SK텔레콤으로 자리를 옮겨 AI 사업을 총괄했고, 지난 7월 SK하이퍼가 별도 법인으로 출범하면서 초대 대표를 맡았습니다.
"모델을 만들어본 사람이 그 모델이 돌아갈 인프라를 짓는다"는 이력 자체가 SK하이퍼의 대외 메시지에 실질적인 신뢰도를 더해주는 요소로 보입니다. 인터뷰에서도 "모델은 지금도 가장 핵심적인 요소지만, 지금 병목은 인프라"라는 언급이 나오는데, 이건 모델 개발 경험이 있는 사람만이 설득력 있게 할 수 있는 말이기도 합니다.
2. 스케일 비교 — 목표치는 SK가 훨씬 큽니다
| 구분 | 네이버 AI 팩토리 | SK하이퍼 |
|---|---|---|
| 목표 용량 | 1GW (1단계 200MW) | 2029년 5GW, 2035년 15GW |
| 자본 파트너 | 브룩필드(최대 90억 달러), 엔비디아 | 미정 (내부·외부 조달 비율 미정) |
| 타겟 고객 | 국내 소버린 AI⁴ (한국은행 BOKI, 한수원 Hy-NuRI 등) | 미국을 떠나려는 글로벌 빅테크 |
| 계약 주체 | SPV⁵ 구조 확정 (8/3 공시) | 직접 계약 vs SPC 구조, 아직 결정 안 됨 |
숫자만 보면 SK하이퍼 목표가 네이버 대비 5~15배 큽니다. 다만 정석근 대표 스스로도 "재원 조달 비율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힌 만큼, 이 목표치는 확정된 계획이라기보다 방향성에 가깝습니다. 지난 20여 년간 한국에 지어진 데이터센터 총합이 1GW라는 점을 감안하면, 5GW·15GW는 상당히 공격적인 숫자입니다.
3. 같은 병목, 다른 전략
두 회사가 짓는 인프라는 결국 같은 자원 위에 서 있습니다. 전력망 여유 용량, 데이터센터 부지, 정부의 AIDC 전용 전기요금제⁶ — 모두 유한한 자원이고, 두 회사가 동시에 요구하는 항목입니다. 이 지점에서는 네이버와 SK하이퍼가 협력자가 아니라 경쟁자에 가깝습니다.
반면 고객 전략은 뚜렷하게 갈립니다.
- SK하이퍼: "미국 내 인프라 난제와 아시아 AI 수요 급증이 맞물려 빅테크의 글로벌 이전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해외 빅테크를 한국으로 유치하는 데 초점을 맞춥니다.
- 네이버: 한국은행 금융특화 AI 'BOKI', 한수원 원전특화 AI 'Hy-NuRI'처럼 국내 기관의 데이터 주권·보안이 필요한 산업특화 AI 쪽에 실적을 쌓고 있습니다. 최근 프랑스 순방에서도 "데이터 주권·보안을 갖춘 산업특화 AI"를 핵심 세일즈 포인트로 내세웠습니다.
즉 자원은 같은 우물에서 긷지만, 파는 곳은 지금까지는 다른 시장입니다. 다만 두 회사 모두 결국 엔비디아 GPU 확보 경쟁이라는 공통분모에서 자유롭지 않아서, 시장이 커질수록 접점도 늘어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4. SPC 구조 미확정 — 네이버만의 리스크가 아니었습니다
저희가 이전 글(IBK 리포트 분석)에서도 짚었듯, 네이버-브룩필드 SPV의 회계 연결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불확실성 요인입니다. 그런데 이번 인터뷰에서 정석근 대표는 SK하이퍼의 계약 구조에 대해 이렇게 답했습니다.
"빅테크와 계약은 SK하이퍼가 직접 체결하나, 아니면 SPC가 하나?" — "계속 고민 중이다. 파이낸싱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우리만의 판단으로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
즉 자금조달 구조를 어떻게 짤지는 네이버만 고민하는 문제가 아니라, 한국 AIDC 산업 전체가 아직 표준을 세우지 못한 초기 국면의 공통 특징이라는 뜻입니다. "네이버만 회계 불확실성이 크다"는 프레임은 이 인터뷰를 보면 다소 과장된 우려일 수 있습니다.
5. 정리
네이버와 SK하이퍼는 규모·자금구조·타겟 고객이 다른 두 갈래 전략으로 한국 AI 인프라 시장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목표 스케일은 SK하이퍼가 압도적으로 크지만, 아직 재원조달 비율도 못 정한 초기 구상 단계이고, 네이버는 이미 SPV 구조와 1단계 자본(90억 달러)이 확정된 만큼 실행 단계로는 한 발 앞서 있습니다.
두 회사 모두에게 진짜 검증의 시점은 "목표를 발표했다"가 아니라 "계약을 체결하고 가동률을 숫자로 보여줬다"는 순간입니다. 네이버는 10월 말~11월 초 브룩필드와의 계약 확정, 11월 3분기 실적이 그 시점이 될 것이고, SK하이퍼 역시 실제 빅테크 고객 확보 발표가 나와야 이 경쟁 구도의 무게중심을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용어 주석
- AIDC(AI 데이터센터): 인공지능 학습·추론에 특화된 대규모 데이터센터. 기존 데이터센터보다 훨씬 높은 전력 밀도가 필요합니다.
- GW(기가와트): 전력 단위. 1GW는 원자력 발전소 1기 정도의 발전 용량에 해당하며, AI 데이터센터의 규모를 나타낼 때 흔히 쓰입니다.
- CIC(사내독립기업): 회사 내부에서 독립된 사업 단위로 운영되는 조직 형태. 별도 법인은 아니지만 독자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가집니다.
- 소버린 AI: 특정 국가·기관이 자국의 데이터와 인프라로 자체 통제권을 유지하며 구축하는 AI. 데이터 주권과 보안이 핵심 가치입니다.
- SPV(특수목적법인): 특정 프로젝트의 자금조달·운영만을 위해 설립되는 별도 법인. 모회사 재무제표와 분리해 리스크를 격리하는 목적으로 주로 쓰입니다.
- AIDC 전용 전기요금제: 대규모 데이터센터에 적용할 별도의 전력 요금 체계로, 현재 정부가 검토 중인 제도입니다.
Q&A
Q. 네이버와 SK하이퍼, 둘 중 어디가 더 유리한가요? A. 목표 스케일은 SK하이퍼가 크지만 아직 초기 구상 단계이고, 네이버는 자금조달 구조와 1단계 계약이 이미 상당 부분 확정돼 실행 속도는 앞서 있습니다. "누가 이긴다"보다는 서로 다른 고객군(국내 소버린 AI vs 글로벌 빅테크 유치)을 겨냥한 병행 경쟁으로 보는 게 정확합니다.
Q. 두 회사가 결국 경쟁 관계인가요, 아니면 별개 시장인가요? A. 고객 타겟은 지금까지 다르지만, 전력·부지·GPU라는 같은 병목자원을 두고는 명백히 경쟁 관계입니다. 시장이 커질수록 겹치는 부분도 늘어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Q. SPC 구조 미확정이 네이버에게 특히 불리한 요인 아닌가요? A. 이번 인터뷰로 보면 아닙니다. SK하이퍼 역시 계약 주체를 직접 체결로 할지 SPC를 통할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한국 AIDC 산업 전반이 아직 자금조달 표준을 정립하지 못한 초기 단계라는 뜻으로, 네이버만의 리스크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Q. 다음에 확인해야 할 이벤트는 무엇인가요? A. 네이버는 10월 말~11월 초 브룩필드와의 정식 계약 체결 여부, 11월 3분기 실적입니다. SK하이퍼 쪽은 아직 구체적 일정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실제 빅테크 고객 확보 발표가 첫 검증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본 글은 투자 권유가 아니며, 투자 판단의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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