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코스피 주주총회 현장에서 나온 말 한마디가 네이버 주주들의 마음을 대변합니다. "5년 전 네이버 주식을 샀는데 현재 수익률이 마이너스 36%에 달한다"는 항의, 그리고 "네이버는 좋은 기업이지만 주주 입장에서 나쁜 주식"이라는 자조. 증시가 AI 테마로 초강세장을 이루는데도 정작 AI 기업을 표방하는 네이버는 철저히 소외됐다는 지적까지 나왔습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 주주들의 표정은 정반대였습니다. 같은 코스피, 같은 2026년인데 왜 이렇게 갈렸을까요.
숫자로 보면 더 아프다
| 삼성전자 VS 네이버 |
2026년 1월 2일 종가를 기준으로 두 종목의 궤적을 나란히 놓아보겠습니다.
삼성전자: 연초 약 12만원에서 출발해 상반기 내내 질주하며 한때 37만원 선을 돌파했습니다(최대 상승률 208%). 6월 말 조정을 받아 상승폭이 175% 수준으로 줄었지만, 7월 말 기준으로도 연초 대비 두 배 이상 오른 채로 거래되고 있습니다.
네이버: 연초(1월 2일) 종가 24만7000원으로 출발해 1월 29일 28만7000원까지 오르며 기대를 모았지만, 이후 내리막을 탔습니다. 5월 말 기준으로 이미 연초 대비 -17.8%, 연중 고점 대비로는 -29.3%까지 밀린 상태였고, 7월 31일 장 마감 기준 20만8000원(+6.83%)으로 최근의 코스피 급락·반등 사이클을 거친 뒤에도 여전히 연초 수준을 밑돌고 있습니다.
정리하면 삼성전자는 연간 +100%를 훌쩍 넘는 수익률로 명실상부한 주도주 자리를 지키고 있고, 네이버는 연간으로 여전히 마이너스권입니다. 지난주 코스피가 사흘간 폭락했다가 하루 만에 급반등하는 국면에서도 이 패턴은 그대로 반복됐습니다. 7월 31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17.91% 폭등하며 6595까지 올라섰고, 삼성전자는 이날 +26.81%를 기록하며 종가 기준 약 26만2500원까지 올라섰습니다. 이는 코스피 폭락이 시작되기 전인 7월 24일 종가(24만9500원)보다도 오히려 5% 넘게 높은 수준으로, 삼성전자는 이번 폭락·반등 사이클을 거치며 오히려 한 단계 레벨업한 셈입니다. 반면 네이버는 같은 날 +6.83%로 20만8000원에 마감해, 엔비디아 발표 전이었던 7월 24일 종가(20만7500원) 수준을 겨우 회복하는 데 그쳤습니다. 폭락이 시작되기 직전 마지막 고점이었던 7월 27일 종가(22만5000원, 엔비디아 발표 당일)와 비교하면 여전히 7.6%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지수 전체가 정상화를 넘어 신고가를 향해 가는 국면에서도 네이버만 유독 뒤처지는 흐름이 반복되고 있는 셈입니다.
수급 면에서도 이 소외는 확인됩니다. 이날 코스피 전체는 외국인이 8조6000억원, 기관이 1조6700억원을 순매수하며 지수를 끌어올렸지만, 정작 네이버는 외국계 창구에서 순매도(-23만주, 특히 메릴린치 -38만9000주)가 나왔고 기관계도 순매도(-3만8000주) 우위였습니다. 반도체·자동차 등 지수 주도주로 돈이 몰리는 사이, 네이버는 시장 전체의 자금 잔치에서도 한 발 비켜나 있었던 셈입니다.
역설 — 본업은 흔들린 적이 없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습니다. 네이버 주가가 부진한 건 본업이 나빠서가 아닙니다. 매출을 보면 2022년 8조2201억원, 2023년 9조6706억원, 2024년 10조7377억원, 2025년 12조350억원으로 최근 4년간 꾸준히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왔습니다. 올해 1분기도 매출 16.3%, 영업이익 7.2% 증가로 견조한 흐름을 유지했습니다.
문제는 밸류에이션입니다. 2025년 말 기준 네이버의 PER은 17.82배로, 동일 업종 평균 PER(29.97배)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최근 PER도 약 20배 안팎으로, 카카오(30배 이상)나 구글(25배)보다도 낮습니다. 몇 년 전만 해도 네이버는 성장주로 프리미엄 밸류에이션을 받던 회사였는데, 실적은 계속 두 자릿수로 크는 와중에 주가만 정체되면서 어느새 밸류에이션 지표만 놓고 보면 가치주에 가까운 회사로 바뀌어 버린 셈입니다. 이익은 매년 늘어나는데 시장이 주는 배수는 오히려 쪼그라드는, 전형적인 "리레이팅 없는 성장"이 몇 년째 이어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엔비디아·AI 팩토리, 두나무·스테이블코인 같은 새로운 성장 스토리가 중요해집니다. 시장이 네이버를 여전히 "검색 광고 회사"의 눈으로 보고 그에 맞는 밸류에이션을 매기고 있다면, 이 회사가 AI 인프라 기업이나 가상자산·핀테크 플랫폼 기업으로 재분류되는 순간 밸류에이션의 기준 자체가 바뀔 수 있습니다. 즉 지금 네이버에 필요한 건 시장이 이 회사를 어떤 카테고리로 보고 몇 배의 배수를 줄 것인가에 대한 인식 전환(리레이팅)입니다.
삼성전자, 두말하면 잔소리인 주도주
삼성전자의 질주는 테마성이 아니라 펀더멘털에 기반한 상승입니다. 글로벌 클라우드 대기업들이 AI 데이터센터 확장에 수천억 달러를 쏟아부으면서 D램·낸드 가격이 기록적으로 뛰었고,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사실상 전 세계 최대 영업이익 실현).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이 내년에도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시장은 삼성전자를 이번 AI 슈퍼사이클의 가장 명확한 수혜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실적, 수급, 밸류에이션 재평가까지 삼박자가 맞아떨어진 결과입니다.
그런데 "삼성전자 다음 주도주"로 네이버를 꼽는 목소리가 있다
흥미로운 건, 일각의 전문가들 사이에서 삼성전자 다음 순번의 주도주 후보로 네이버를 지목하는 시각이 있다는 점입니다. 근거로 꼽히는 스토리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엔비디아 지분투자와 AI 팩토리 사업입니다. 엔비디아가 네이버의 3대 주주로 올라서고, AI 데이터센터(각 세종)를 단계적으로 확대해가는 구조는 네이버를 단순 포털·커머스 기업이 아닌 AI 인프라 기업으로 재평가받게 할 잠재력을 갖고 있습니다.
둘째, 두나무 합병을 통한 스테이블코인 사업 진출입니다.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를 편입하면 네이버는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를 자회사로 두게 되고, 이를 바탕으로 스테이블코인 사업에 본격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됩니다.
셋째, AI 커머스·광고 수익화입니다. AI 브리핑, AI탭 등 AI 기반 광고 상품의 수익화 일정이 점차 구체화되고 있고, 스마트스토어·네이버플러스스토어 거래액도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세 가지 스토리 모두 "지금 당장"이 아니라 "앞으로"의 이야기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지금이 저평가 구간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실제로 증권가 목표주가 평균은 현재가 대비 20~50%가량의 상승 여력을 제시하고 있고, 매도 의견을 낸 증권사는 사실상 없습니다. 앞서 짚은 밸류에이션 리레이팅 논리로 보면, 이 세 스토리 각각이 시장에 "네이버는 더 이상 검색 광고 회사가 아니다"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계기가 될 수 있고, 그 순간 지금의 가치주 수준 PER이 성장주 수준으로 다시 벌어질 여지가 있다는 게 이 시각의 핵심입니다.
그런데 왜 아직도 소외주인가
문제는 이 세 스토리가 전부 "확정"이 아니라 "진행 중"이라는 점입니다.
- 엔비디아 투자는 네이버가 별도로 90억달러 규모 인프라를 확보해야 최종 성사되는데, 이를 담당할 브룩필드와의 본계약이 아직 미체결 상태입니다.
- 두나무 합병은 주주총회가 11월 19일로, 주식교환이 12월 31일로 두 차례 미뤄졌고, 공정위 승인을 거쳐야 하고, 가상자산기초법 제정 수위에 따라 가상자산 대주주 지분율 규제의 영향권 아래에 있습니다.
- AI 수익화는 매출 성장으로 이어지는 속도가 시장 기대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고, 왈라팝·두나무 인수 등 대규모 현금 지출로 외국인의 단기 매도세까지 겹쳤습니다.
즉 네이버는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 회사"가 아니라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지만 아직 증명하지 못한 회사"에 가깝습니다. 삼성전자가 이미 실적과 수급으로 증명을 끝낸 주도주라면, 네이버는 세 개의 성장 스토리가 각각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주총을 통과하고, 매출 숫자로 나타나야 비로소 재평가받을 수 있는 "예정된 주도주 후보"인 셈입니다.
네이버 주주가 버텨야 하는 이유
긴 여정이라는 사실 자체는 부인할 수 없습니다. 다만 그 여정의 마디마디가 정확히 언제, 무엇을 지켜봐야 하는지는 이미 정해져 있습니다.
- 브룩필드와의 본계약 체결 여부(12주 협상 기한)
- 두나무 임시주주총회(11월 19일)와 주식교환(12월 31일)
- AI 광고·커머스 수익화의 분기별 실적 반영 여부
이 세 가지 트리거 중 하나라도 구체적인 숫자와 계약으로 확인되는 순간, 시장이 네이버를 보는 시선은 "소외주"에서 "다음 주도주"로 빠르게 바뀔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이 트리거들이 계속 미뤄지거나 불확실한 채로 남는다면, 네이버 주주들의 답답함도 그만큼 길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본 글은 개인적인 분석과 정리를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최종 투자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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